국문학과와 철학과를 졸업하고 AI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어떻게 공부했어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온/오프라인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답변을 드린적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공대 출신이 아닌 내가 공대생분들께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입문서를 추천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 때 이과였기 때문에 고향 친구들이 죄다 공대를 나왔는데, 실제로 책 추천을 더러 해봤고 피드백도 받아봤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추천하는 목록이 어떤 형태로든지 검증됐다거나 하는 말은 아니며, 그냥 취미로 책 읽는 사람이 비전문적으로 골랐다는 것을 알아두자. 내 취향에 따라 매우 편향된 목록이니 우연히 몰랐거나 지나쳤던 좋은 책을 한 권 정도 만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추후 업데이트 예정)
1. 지대넓얕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라는 전설적인 교양서. 1권에서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분야를 다루고, 2권에서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 분야를 다룬다. 대충 그린 듯한 그림과 함께, 어려운 개념들을 화끈하게 단순화해서 설명하는데 굉장히 쉽고 재미있다. 물론 교수님들이나 현업 전문가들은 엄밀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주요한 개념들을 쉽게 이해해 각 분야에 입문할 수 있는 대체불가능한 책이다.
내 책 <비전공자를 위한 딥러닝>의 경우에는 서문에도 밝혔듯 '딥러닝 분야의 지대넓얕' 포지션을 추구하며 썼을 정도로 리스펙하는 책이다. 제로 편은 안 읽어봐서 모르겠지만, 1권과 2권은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보길 권한다.
2. 정의란 무엇인가
(Q2) 고장난 열차가 직선 구간을 지나는데, 그대로 두면 다섯 명을 치게 된다. 당신이 열차가 지나는 길 위의 벼랑 끝에서 앞에 선 덩치 큰 사람을 밀 경우 열차를 멈출 수 있다면 밀겠는가?
세상은 생각보다 복잡해서, 같은 수식인데도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첫번째 질문에서 방향을 튼다고 답했던 사람들 중 다수가 두번째 질문에서는 앞 사람을 밀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런 딜레마에 빠진 상황들을 예시로 들며 이 책은 끝없이 '정의란 무엇인가' 생각해게 만든다. 하버드 인기 강의를 오랫동안 진행한 교수님이 쓴 철학 입문서로서, 모두가 한 번쯤 들어본 그 이름값을 충분히 하는 책.
3. 괴짜 경제학
철학 분야에 <정의란 무엇인가>가 있다면, 경제학 분야에 <괴짜 경제학>이 있다. 목차만 봐도 흥미로운 책임을 알 수 있다.
- 교수와 스모 선수의 공통점은?
- 부모는 아이에게 과연 영향을 미치는가?
상식을 깨는 통계 분석을 통해 보여주는 경제학의 재미를 잘 보여주는 책으로, 교양수업을 들을 때 경제학과 교수님께 직접 추천받은 책이다. 딱딱한 경제학과 통계학에 없던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놀라운 책이란 점에 있어서는 독보적이라고 생각한다. 투자나 경제학 자체에 관심이 있어서 좀 더 개념적인 입문서를 찾는 분들이라면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나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추천하며, 원론적인 책은 역시 <맨큐의 핵심 경제학>을 추천한다.
4. 죄와 벌
살면서 이보다 더 손에 땀을 쥐게하는 서스펜스를 본 적이 없다. 굉장히 몰입하게 하는 스토리에, 책을 덮은 뒤에는 과연 인생은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할 지 깊은 고민을 던져주는 명작. 너무 유명한 작품이고 출판사가 다양하기 때문에 표지와 링크는 생략했다.
5. 성공의 공식 포뮬러
매년 수많은 성공서나 자기계발서가 서점을 도배한다. 훌륭한 사람이 쓴 좋은 책도 물론 많겠지만, 막상 읽어보면 그냥 성공 먼저 해놓고 나서 근거가 빈약한 사후해석을 덧붙인 책이 대부분이다. 이 책은 정반대로, 거장 과학자가 연구팀을 동원해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끝내 '어떻게 하면 성공하는지'를 추론해낸다. 그리고 그 공식들은 '나는 이랬어' 수준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설명되며 통찰력을 준다. <괴짜 경제학> 못지 않게 사회적 통념을 깨며 세상을 바라보는 수준을 한층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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